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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방법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남녀의 행동차이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남녀의 행동차이

금요일 저녁 남편은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다. 불경기 때문에 친구가 곧 직장을 잃는다는 소식에 둘은 술잔을 연거푸 기울린다. 소주 3병을 비웠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내가 씻고 나왔는데 보일러가 이상해’ “뭐가 이상해?” ‘응~ A6 라고 뜨는데 설명서 보니까 가스누출이나 배수불량이라고 나오네’ “뭐! 가스누출! 일단 보일러 끄고 기다려 내가 곧 갈께” 그 이후 낙담을 하고 있는 친구를 위로하면서 속으로는 집 걱정을 하게 되는 남편, 소주를 한 병 더 비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라면 지하철을 타고 집에 들어가겠지만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집에 도착해서 먼저 드라이버를 들고 뒷 베란다의 보일러로 달려간 남편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한 다음 일단 보일러를 켜본다.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보일러 소리가 ‘윙~~윙’ 나니까 보일러가 터질까봐 걱정이 나서 냉큼 보일러를 끈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너는 어째 내가 없을 때만 물건을 고장내야!’ 아내는 말을 받아치고 싶었지만 이미 12시를 넘긴 시간이라 일단 참고 ‘나도 몰라 난 그저 씻고 나왔는데...’ 남편은 혼자 투덜투덜 거리면서 곧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코를 골며 깊이 자고 있을 때 남편은 한기를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옆에서 자고 있는 두 아이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방에서 나온 남편은 다시 보일러로 간다. 보일러를 무심코 바라보다가 문듯 생각이 났는지 사용설명서를 열심히 정독한다. 그리고 다시 보일러를 킨다. ‘A6 삐삐 A8 삐삐 어디보자 A6 : 가스누출 또는 배수불량, A8 : 동파주의’ 를 확인한 남편은 보일러를 끈다. 시간을 보니 오전 7시 ‘아직 AS센타는 문을 열지 않았을 거야’ 라고 생각한 남편은 일단 속 쓰림을 달래기 위해서 라면 하나를 끓여먹기로 한다. 라면을 먹고 난 그릇과 냄비는 설거지통에 그냥 넣어놓고 반쯤 누워서 TV를 킨다. 여기저기 리모콘을 두드린 후 시간을 보니 시간이 8시가 되었다. AS 센타로 전화를 건 남편, 들리는 것은 기계음의 ‘근무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 다시 기다리기로 하고 TV를 다시 시청한다. 그 사이 아내가 일어났다.

‘AS센타에 전화했어?’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아니 어느 AS센타가 아침새벽부터 문을 여야! 최소한 9시는 되어야지’라고 호통을 친다. ‘마치 아내가 보일러 조작 미숙으로 고장 냈다’는 어투가 다분히 들어있다. 아내는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일단 참기로 하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랜다. 설렁한 분위기 속에 드디어 9시가 되자 남편은 전화기를 들고 AS센타에 전화를 한다. ‘삐_삐_’ 상대방이 통화 중일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다시 전화를 한다. 마찬가지로 ‘삐_삐_’ 남편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시 AS 센타에 전화를 건다. 드디어 ‘안녕하세요. 한국어쩌구 보일러’라는 기계음이 나온다. 상담원 연결을 기다린 남편에게 들리는 것은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상담 중이라 다시...’ 남편은 날씨가 추워져 여기저기서 보일러가 고장 나나 보다 생각하고 잠시 기다린 다음 다시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때 마다 “삐_삐_”아니면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라는 소리만 들린다. 얼굴이 이제 벌거진 남편은 또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아내가 ‘이리 줘 봐 내가 걸어 볼께’라고 말 하자 ‘저리가!’라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리고 집요하게 다시 AS센타에 전화를 건다. 결혼 전에 귓속말로 부드럽게 말을 하던 사람과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의심되는 경우이다. 아내는 이런 고릴라를 건들지 않고 재빨리 컴퓨터를 켜고 지역 대리점 번호를 찾아낸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대리점에서 알려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자 남편에게 휴대폰을 건낸다. 아직도 AS센타에 전화를 걸기만 한 남편은 의외의 전화를 받자 아내를 한번 쳐다 보고 바로 보일러로 달려간다. (남자들이 한 가지에 집착을 할 때 여자들은 다른 곳을 바라 본다)
 

대리점에서 “보일러와 연결 된 파란색 관이 얼어서 동파경고가 나온 것이고 배수호수가 얼어서 가스누출 또는 배수불량 경고가 나온 것”라는 걸 듣고 해결 방법까지 챙긴 남편은 그 원인일 무엇일까 생각하던 도중 우연히 베란다 문이 5mm 정도 열려진 것을 발견한다. 드디어 ‘아내의 잘못으로 보일러가 고장 난 증거를 찾았다’는 즐거움을 감춘 채 아내를 부른다. “아니 왜 추운데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사는 거야! 그 때문에 보일러가 얼어서 그런거 아니냐!” 또 다시 고릴라가 되었다. ‘답답하니까 잠시 열어 놓은 거야’ 아내의 말에 남편은 “뭐가 답답해! 어휴 유별나다 유별나” 라고 투덜거리며 아내보고 헤어드라이기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유잉~’헤어드라이기로 열심히 얼어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관을 데우는 남편은 쉬지 않고 투덜댄다. “저 뚱녀가 아침부터 남편 고생 시킨다” ‘어휴~~저걸 그냥’ 화가 났지만 그래도 ‘추운데 베란다에서 혼자 헤어드라이기를 가지고 수도관을 녹이지 있지 안는가’ 괜히 자존심 건들어서 그 일을 내가 하는 것 보다 났다고 생각한 아내는 참기로 한다. 거이 한 시간을 그렇게 좁은 베란다에서 낑깅댄 남편이 보일러를 켜본다.

오호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게 느낀 남편은 아내에게 “앞으로 절대로 창문 열고 살지 말아라! 추운데 유별나게 왜 그래 !” 이에 아내는 “내가 얼마나 창문을 열어 놓았다고 그래. 이게 다 날씨가 춰워서 그런 거지, 그리고 내가 인터넷으로 재빨리 대리점을 찾아서 연락 안했으면 아직까지도 추워서 떨고 있을 거 아니야. (남자가 그렇게 고지식해가지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이 말은 마음 속으로 만 한다. 그래야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곰도 아닌데 환기는 시켜야 할 것 아니냐! ” 남편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자 아내는 그 동안 참았던 것을 모두 되 갚는 듯이 쉬지 않고 이야기 한다. “아니 이 사람이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라고 남편이 말하자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어쩌구 저쩌구~~~~ 하여튼 수고했어. 다음부터는 문 안 열어 놓을 께” 중간이야 어떻든 아내의 이 끝 마디에 남편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안는다.  “ 뚱녀! ....나 사우나 갔다온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다시 집안은 평온해 지고 아내는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와 막걸리 두 병을 사온다. 돼지고기로 편육을 해서 김장김치와 함께 막걸리를 사우나에서 땀 빼고 온 남편에게 주면 오늘의 승자는 자신이 된다는 것을 아내는 안다. 그렇게 남편을 풀어주어야 다음에 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남편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인류가 초기부터 자신이 이끌고 결정하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고지식하고 자기 잘난체를 하지만 남자들 스스로는 그것이 여자나 가족을 보살피는 한 형태이며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짜증내지 말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맞춰서 사는 것이 남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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